이곳은 어디인가, 민군복합형 범죄자양성소

사진이 어설퍼 글을 쓰고, 글이 어설퍼 사진을 찍어 보지만, 매번 낙담하고 마는 돌멩이.
BY : 노순택 | 2012.03.22 | 덧글수(3) | 트랙백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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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디인가.

거짓이 사실이 되고

사실이 거짓이 되는

따뜻한 남녘의 섬.

평범한 시민과 평범한 경찰과 평범한 해군을 범죄자로 만드는 곳.

오순도순 따습던 마을공동체는 이간질로 찢어졌다.

형제자매마저 갈라섰다. 이제 말을 섞지 않는다.

이 나라, 정부관료들은 감언이설과 이간질에 관한 전문자격을 취득했다.

할망물을 받아 마을의 평안을 빌던 구럼비 바위는 쪼개지고 있다.

문화재가 나온들, 무슨 소용인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나라 정부 위의 정부, ‘삼성’은 돈 되는 건 다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했다.

파괴의 대가요, 피눈물로 인쇄된 삼성의 돈.

강정천을 거슬러 올라오던 은어는 길을 잃었다.

여름이면 물장구치던 아이들은 바다연못을 잃었다.

할망, 할아방들은 “우리를 살려줍서” 눈물짓는다.

구럼비로 가는 모든 길목은 3미터짜리, 5미터짜리 괴물같은 장벽으로 모두 막혔다.

괴물의 장벽은 저 먼 고통의 땅, 팔레스타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럼비로 가는 가장 낮은 장벽.

열라면 열리고, 닫으라면 닫히는 쇠문.

사람의 말로는 열리지 않고, 빌어도 열리지 않고, 울어도 열리지 않고, 도저히 열리지 않고,

힘과 돈의 괴물에게만 출입을 허락하는 좁디좁은 바늘구멍의 문.

이곳에 열려라 참깨, 는 없다.

여기는 다시, 따뜻한 남녘의 섬.

거짓이 사실이 되고, 사실이 거짓이 되는, 기만의 시공간.

군사시설 짓는데 광분하고도, 그걸 ‘관광미항’이라 불러달라는 황당의 바다.

미군 시스템에 종속되고도, 그걸 ‘자주국방’이라 불러달라는 억지의 해안.

애달픈 청춘의 죽음을 저질토목공사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새로운 명소’.

누가 저 아까운 얼굴에 계란을 던지겠는가, 침을 뱉겠는가.

예수를 따라 고단한 이들과 함께 하려 했던 성직자들은 목이 꺾인 채, 목이 졸린 채, 끌려간다, 구속된다.

누군가의 안보를 위해, 누군가 피눈물을 흘린다.

적어도 강정마을에서 안보는, 안 보이는 안보다.

지키는 안보가 아니라, 파괴하는 안보.

도처에서 마주하는 건, 오로지 장벽,

장벽으로 만들어진 국가의 얼굴,

쇠와 콘크리트와 방패와 몽둥이로 만들어진 국가의 얼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군당국의 달콤하고 가련한 수사가, ‘민군복합형 범죄양성소’라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몇 명의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이 체포되고 철창에 갇혔는가, 얼마나 많은 상식적 법절차가 법을 집행하겠다는 국가에 의해 유린되고 있는가. 이곳에선 불가항력이건 가항력이건, 원하건 원치 않건, 숱한 범죄가 양산되고 있다. 이곳에서 범죄의 기준은 현실의 법체계를 넘나든다.

그리하여 이곳은,

구럼비와 사람이 구슬피 우는,

통곡의 장벽.

( 이 글과 사진은 계간 ‘우리교육’ 겨울호에 실렸던 원고입니다.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강정마을 상황을 고려해 원고를 추가, 보완했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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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00 2012/03/23 06:32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 100년 전에 힘이 없어서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겨 젊은 처자가 위안부를 끌려가고 나라 잃고 세계 여러 나라로 헤멘 우리국민들을 비참한 생활을 벌써 잊었던 말인가? 60년 전에 허장성세하다가 서로 잘랐다고 싸우다가 변변치 못한 군사력 하나 갖추지 못해 북한의 남침으로 산천이 찌어지고 300만 이상이 살상당한 것을 벌써 잊었던가? 미국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연명하고서 아직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인 것을 잊었던 말인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자중지란이나 하고 끊임없는 분쟁이나 일으키고 있구나 왜 강대한 고구려가 망 했는지 역사적인 교훈에서 깨닫지 못하고 무엇이 그리 한이 되어 끊임 없는 분탕질을 하는 가 묻고 싶다. 그 분탕질에 속는 사람도 또한 한심 하구나 또 한번 나라를 잃고 후회한들 그때는 늦을 것이다.

j0nguk 2012/03/23 10:59

글쎄요. 이 해군기지가 국방에 있어

ygnsk 2012/03/23 12:24

제주기지는 찬성여론이 더 높다
미군,삼성,생태.. 늘 끌어다대는 단골 레퍼토리
라이카로 찍었으면 색감이라도 좀 봐주련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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