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노인을 아시나요?

역사가.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독일 막스 플랑크역사연구소 초빙교수. <금서, 시대를 읽다>, <마흔, 역사를 알아야할 시간>, <정감록 미스터리>,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 게임>, <한국의 예언문화사>, <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조선사회사 연구> 등의 저서와 <미시사와 거시사>, <미시사의 즐거움> 등의 번역서 등이 있다.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글도 적지 않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백승종의 역설>, <갓 쓴 양반들의 성담론> 등이 있다.
BY : 백승종 | 2012.03.06 | 덧글수(1) | 트랙백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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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때 전국의 시위참가자는 200만 명을 웃돌았다. 당시 인구는 1천7백만 명. 청장년층의 4분의 1이 태극기를 휘날리며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다. 그분들은 지금 대학생들의 증조부모, 고조부모님이셨다. 그 해 봄 적어도 당신의 조상 6분, 내 조상 6분이 이 땅 어디선가 독립만세를 불렀다. 1919년에는 우리 모두가 독립운동가였다.

그 열기는 쉬 가시지 않았다. 초가을이 되자 당년 65세의 노인 한 분이 스스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그분은 모두를 대신해 신임 사이토 마코토 총독에게 환영의 선물을 던져주었다. 경성 역에서 기차를 내린 천황의 대리자는 쌍두마차로 옮겨 탈 예정이었다. 그는 마차에 오르기에 앞서 내외신 기자들을 앞에서 더더욱 거만한 표정으로 잠시 포즈를 취했다. 바로 그 순간 영국제 폭탄 하나가 폭죽처럼 치솟았다. 총독의 수행원들과 정무총감 미즈노 등 30여명이 피를 쏟으며 나뒹굴었다. 사이토의 얼굴에 두려움이 번졌다.

유혈의 현장을 유유히 떠나간 강우규 의사. 그는 이 한 순간을 위해 두 달 전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했다. 거기에 본부를 둔 대한노인단 소속 만주 요하현 지부장이었다. 놀랍게도 노인단은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결성하였다. 평균수명이 40세 남짓에 불과했던 당시로서는 아주 상노인들이었다. 그런 어르신들이 타오르는 독립의지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강 의사는 거사 보름 만에 고등경찰에게 체포되었다. 뜻을 함께 나눈 독립지사들도 옥에 갇혔다. 형언하지 못할 참혹한 고문의 늪을 건너야 했다. ‘기려수필’을 읽노라면 강 의사 최후의 일언이 형형하다. “명대로 사느냐, 사형 당해 죽느냐? 다르기야하겠지만 죽기는 마찬가지다. 아들아, 내 죽음을 설워마라. 일평생 나는 내 민족 위해 살았노라.” 요즘 혈색도 좋은 어르신들이 보수를 기치삼아 기득권층 대변에 바쁘시다. 묻노니, 의사의 뜻이 강자의 시종노릇에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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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im543 2012/03/13 02:03

제 의견으로는 요즈음 보수라는 것들 제대로 된 보수도 아니고, 진보라는 것들도 제대로 된 진보도 아닙니다. 그 냥 편 갈러서 싸움질하고 있는 거야요. 우리 나라에는 내외로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읍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문제를 풀 생각은 않하고 서로 편 갈러서 싸움질만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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