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수’의 사람됨

스스로를 "사회과학도"라 부르는 한 청년이다. 역사와 철학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 사회의 정치와 경제를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천한 학문을 지니고 있을 뿐이지만, 학문적 근거가 탄탄하면서도 지적으로 정직한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이 한겨레에 기고하는 최대의 목적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및 동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 공공정책대학원(Harris School of Public Policy Studies)에서 공부하고 있다.
BY : 윤준현 | 2012.02.27 | 덧글수(2) | 트랙백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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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상식의 문제

벌써 한겨레 오피니언넷에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스무 편이 넘는 글을 써왔다. 그 동안 매우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 열정을 갖고 배운 지식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 하에, 최대한 학문적 기초에 기반한 글을 쓰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번 글은 그런 학문적 기초가 있을 수 없을 듯 하다. 학문 어쩌고 하기 이전에 사람 상식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강용석 의원이 ‘저격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박 시장이 저를 ‘용서한다’ 이런 표현에는 제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보수 진영의 대표적 논객인 지만원 박사는 “강용석도 우리도 명분있게 잘 싸웠다”는 제목의 글에서 “일승일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을 남기고,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선진국이었으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용석 의원의 손을 잡고 웃고 넘겼을 것”이라는 말을 하였다. 박주신 씨의 기본 신체 조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확보하지 못했으면서, 사생활 침해에 서울시청 앞에서 날마다 그 난리를 피우며 박원순 시장과 그 가족을 괴롭힌 이들이 할 수 있는 말일까.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오해를 가질 수는 있다. 병역 의무 또한 고위 공직자라면 반드시 검증받아야 할 사항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하여 박원순 시장 그리고 그 가족이 고통을 받게 하였다면, 이 경우 먼저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라고 본다. 아마 이들도 자신의 자식들에게 가르쳤을 것이다. “일부러” 오해(?)를 한 것이라면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의도하지 않게 오해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만큼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먼저 강용석 의원의 발언. 그는 신체 검사 발표 당일 “당사자들과 국민께 깊이 사과”한다고 해놓고서 불과 며칠도 못 가 공개석상에서 저런 발언을 하였다. 애초에 그 사과에 진심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사과는 받는 사람을 오히려 화가 나게 만든다.

지만원 박사도 마찬가지다. 그의 눈에 국정을 함께 논의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히려 물어 뜯어버려야 할 싸움의 대상이라는 보이는 듯하여 심히 우려스럽거니와, 설사 정쟁(政爭)을 하더라도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라는 것이 있다. 박원순 시장의 가족들이 자신들로 인해 정말 불필요하게 겪은 어려움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나는 당연히 해야할 말만 했을 뿐”이라는 태도다. 조갑제 전 대표의 발언은 한 술 더 뜬다. 그토록 괴롭혀 놓고서 “당신은 우리와 화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한 말인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한 말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 정치적 뿌리가 친일 세력에 있어서인지 정말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말한 염치(廉恥)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논어(論語)를 보면 공자가 정말 강조한 덕목 중의 하나가 염치(廉恥)이다. 애초에 잘못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을 저질렀으면 이를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도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치를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진정한 보수라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야 할 덕목이다. 잘못을 저질러 놓고 도무지 미안한 줄도 더 나아가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니, 과연 저들이 스스로를 ‘보수’라 하면서 이런 가치를 지킬 생각이나 있는지 궁금하다. 뿌리 깊은 가치를 지켜낼 생각이 없이 단지 변화를 거부할 뿐이라면 ‘보수’가 아니라 ‘수구’에 불과하다. 기득권 밥그릇 지켜내기에만 몰두하는 세력이라는 뜻이다. 사실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시장에게 시비를 건 이유부터가, 사회 개혁 세력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인 박원순 시장을 공격하여 기득권 세력의 주구 노릇까지 해서라도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덧붙이면 강용석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아들 군 문제를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하고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은 “그런데 군대갈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말을 하였다 한다. 하지만 기껏 들어갔던 훈련소에서 퇴소하고 끝내 4급 판정을 받을 정도면 비교적 중증인 디스크로, 이런 병사들은 오히려 대다수의 군 지휘관들이 부담스러워 한다. 바로 병사들의 건강 문제를 책임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 자신은 적어도 타인의 신체를 우습게 여긴 끝에 군 법무관 시절 사병 구타까지 한 누구랑은 달리, 군대에서 선임병들에게 받은 인격적 대접을 후임병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 한 사람이다. 후임병들에게 신체적으로 손 댄 적 단 한 번도 없기에, 나이를 떠나 이런 문제로 그 누구에게 한 마디 할 자격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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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okju 2012/02/28 16:45

“키179cm 45kg의 20대 청년을 찾습니다. 이런 미이라 인간을 제보하면 현상금 1천만원을 지급”박원순이 이회창 아들 병역 비리의혹 제기하며 내건 현상금 카피. 이회창 아들 정연씨는 미국서 날라와 공개 신검 응했고, 소록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새누리s (@saenuris) 2월 6, 2012

과연 박원순이 누글 용서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더구나 나경원의원에 대한 1억피부숍 거짓 비방과 소문의 힘에 의해 당선되지 않았나.

han00 2012/02/29 07:30

事必歸正이라했다. 박시장도 이회창씨 자식의 병역문제를 물귀신과 같이 물고 늘어져서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 업보라 하겠다. 이해가 안되는 것은, 본인과 자식은 군대를 안갔다온 사람이 이회창씨 자식의 군미필에 대해서 문제를 삼은 것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한 박서울시장이라면 누구보다도 솔선해서 본인을 포함한 자식을 군복무를 필하도록 해야한다. 타의 모범이되고 治家를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따를 것이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자식마저 대한민국의 젊은이라면 반드시 필해야할 병역의무를 면제 받았다. 또한, 딸도 서울미대를 입학했다가 나중에는 법대를 졸업했다. 박원순 가족은 이상하게도 본인과 아들은 병역면제로 국방의무 무임승차, 딸은 서울미대입학해서 법대 전과해 학력세탁 등 보통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이 박시장한테만 일어난 것이다. 우연일치이며 오비이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개운치 않다.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마음 편치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가? 우리가족만 군대 같다 와서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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