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약자지만 여성주의자는 힘이 세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하필이면 IMF 시기에 영화를 공부하겠다며 뉴욕에 왔다. 이후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단편 영화와 다큐멘터리와 광고, 방송물을 제작하고 강의 활동을 했다. 현재 뉴욕의 프로덕션 겸 기획사 <프로젝트 A> 대표
BY : 박원영 | 2012.02.13 | 덧글수(10) | 트랙백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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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장애인 육상스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한 뉴욕타임즈 매거진의 표지 기사를 인용하며 최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나꼼수 비키니 파동’에 대한 의견을 간단하게 나타내려고 한다. (아주 느슨한 수준에서의 비유니까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더라도 읽는 독자들이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의 성장 과정과 일상의 모습들을 심층 취재한 장문의 이 기사에서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오스카가 다리에 매단 이른바 ‘치타 블레이드’에 관한 시비였다.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의 지적에 의하면 그는 이 블레이드로 인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 정확한 계산에 의하면 블레이드의 무게는 약 3킬로그램인데 그가 실제 다리를 가지고 있다면 그 무게는 두 배가 넘는 7킬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 다리에 비해 아주 탄력이 있기 때문에 훨씬 빠른 속도로 다리 스윙을 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일반선수’에 비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관한 독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예상한 대로다. 선천적으로 불구로 태어난 그가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세계적인 스프린트로 성장했고 장애인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에게도 영감과 희망을 주고 있는데, 장애인이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물건에 무게를 재면서 시비를 건다는 자체가 옳은 일이 아니라는 의견들이다. 그런데 소수의 반대 의견자 중에서 이런 비유가 있었다. 만약 오스카가 수영 선수였다면 엄청나게 큰 오리발을 달았을 것인데 그냥 다리로 수영하는 선수에 비하면 유리한 것은 맞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만약 이 독자에게 “너는 장애인을 모욕했다”고 욕을 한다면 그건 맞는 것일까?

  이 기사를 인용한 이유는 한 가지다. 나꼼수 논쟁을 지켜보면서 일부 여성주의자들의 의견에 반감을 가지면서도 대놓고 반박하지 못하는 많은 남성들의 심정이 여성주의자들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이 결국 핸디캡을 가진 약자인 여성 전체를 비판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부터 그랬다. 이건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 논쟁이라고 생각하고 남자 마초 못지않게 꼴통스러운 몇몇 여성주의자들이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너도 어쩔 수 없는 한국 남자’라고 찍히는 상황에 ‘쫄아서’ 속 시원하게 말을 못했다. 무엇보다 여성주의자들과 논쟁이 붙으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무도 이길 사람은 없다.

  학문적으로 심도있게 연구한 전문가는 전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무식하게 단순하게 말한다면 나는 여성주의(페미니즘)가 현존하는 어떤 주의보다 힘이 센 극강의 이론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공산주의, 신자유주의 등 모든 이론들은 치열한 찬반의 과정을 겪어왔지만 여성주의는 그 이론을 정교화하기 위한 열띤 논쟁은 있어 왔을망정 적어도 ‘그 이론은 잘못되었다. 틀렸다’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지 않나?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두 개의 성 중 하나인 여성이 (내 엄마가, 내 누이가, 내 딸이) 인류 출현 이후 끊임없이, 여전히 불이익과 불평등과 성적 대상이 되고 있고 그걸 바로 잡자는데 누가 반대할 수 가 있단 말인가. (시댁에서 짐승 취급 당해서 집으로 돌아온 딸의 코를 잘라버린 아프간의 어떤 남성과,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서는 건 못 봐준다는 어떤 교회 목사같은 사람들은 제발 이 논쟁에 끌어들이지 말자. 그냥 상식은 있고 말은 통하고 사람같은 사람끼리만 얘기하자)

  나는 여성주의가 정말로 힘이 세다는 것을 몇 년전 이문열의 ‘선택’을 둘러쌓고 벌어졌던 논쟁에서 확인했다. 이문열씨가 누군가? 한국 최고의 문단 권력이자 스스로 보수 마초를 자처하는 대표자다. 그가 자신의 저서와 정치적인 견해에 대해 쏟아져 온 무수히 많은 비난에 단 한번이라도 굴복하고 꼬리를 내린 적이 있었나? 그런데 그런 이문열씨가 당시 했던 말을 그대로 옮기면 “건강한 페미니즘에 대항할 논리는 이 세상에 없다. 나는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위대성,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가를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집필했다”였다. 자신은 결코 반여성주의자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여성주의가 강한 이유는 여성이 사회적인 약자이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의 사회 시스템에서 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잘못된 남성 위주의 성문화를 때때로 즐기고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의 남성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여성주의자들이라면 바로 그런 남성들이 가장 큰 우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과 함께 연대해 법도 고치고 제도도 바꾸고 문화도 개선하고, 정말 대적해야 할 상대들(예를 들자면 장자연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모든 사람들, 성폭행 당한 여성에게 왜 짧은 치마를 입냐고 말하는 사람들, 장애인이 무수히 성추행을 당하는 상황에서 장애인 시설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여성 의원들)과 싸워야 한다는 걸 안다.

  나꼼수 4인방은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해악을 미칠 사람들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이 던진 성적인 농담 한마디에 기어코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들마저 여성의 몸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는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겠다” 혹은 “천만명이 듣는 방송에서 무책임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 따금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모욕과 수치심을 느낀 여성 청취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논쟁에서 나꼼수 멤버들을 흠집 내려는 세력들의 불순한 부추김과 함께 어떤 대상도 다 내 앞에 무릎을 꿀릴 수 있다는 일부 여성주의자들의 오만함도 분명히 느낀다.

  또한 이번 논쟁을 통해 일부 여성주의자들이 여성 운동의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나타냈다고 생각한다. 종아리를 쳐다보는 남학생을 사람 취급도 안했고, 나이 먹은 남성이 섹스에 연연하는 것이 추잡해 못 봐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한 저명인사의 글에서 그동안 한국의 여성 운동을 이끌어 왔던 주체들의 인식의 한 단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남녀평등의 사회가 과연 남성들의 지원과 협조없이 심지어 같은 여성들끼리의 이해와 연대 없이도 가능하다고 믿는가? 그걸 믿는 부류는 두가지 일 것이다. 하나는 자신이 가진 무기를 휘두르기만 즐기는 마초적인 여성주의자와 모든 남성을 잠재적인 성폭행자로 여기고 오로지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는 테러리스트 성향의 여성주의자들이다. 그들은 남성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여성들까지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여성은 약자지만 그들은 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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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hir 2012/02/14 10:48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는 분리해서 봐야합니다. 운동의 기본은 겸손과 조화와 설득인데, 이들은 오만과 배타와 독단으로 병들어 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반남성주의자라고 해야합니다. 박근혜를 찍는 게 진보다라는 헛소리를 했던 자칭페미니스트, 꼴통 최보은이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 지 모르겠네요. 요즘 박근혜가 뜨는데 한 자리 겨냥해 다시 나올만도 하는데. 남성의 태생적, 생리적 굴레에만 공격의 날을 세우며 여성의 천박한 물질적 행태에는 눈감고 있는 페미니스트들 정말 문제입니다. 자기들의 여성성을 상업적으로 팔아먹으며 이득을 챙기는 건 즐기면서 그걸 소비하는 찌질하지만 불쌍한 남성만 욕하는 위선자들이죠.

박원영 2012/02/14 11:11

‘남성의 태생적, 생리적 굴레’ 참 적확한 표현입니다. 그쵸 이건 굴레죠. 스스로 이것 때문에 부끄러워들도 하구요. 참 건강하고 자연스런 부분일 수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좀 너그럽게 봐주지 못하고’제로 톨레랑스’를 적용하는 이상 이런 논쟁은 절대 끊이질 않을 겁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죽음이니까요

touchngo 2012/02/14 13:52

잘읽었습니다

산사람 2012/02/14 14:00

접대부 금지법 찬성합니다…

얼마전 시골 읍내를 차 타고 지나가는데 제 딸 나이로 보이는 20세도 안 된 듯한 아가씨가 추운 날씨에도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보온병을 들고 지나가더군요. 어디로 보나 차를 배달하는 다방아가씨로 보였습니다. 그 아가씨의 모습이 제 딸과 오버랩 되며 눈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자본주의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점은 성을 이용해 돈벌이 하는 겁니다. 이……

amakaram 2012/02/21 11:42

나꼼수 4인방은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해악을 미칠 사람들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들이 던진 성적인 농담 한마디에 기어코 사과를 받아내야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명분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들마저 여성의 몸에 대해 가볍게 언급하는 잘못된 문화를 바로 잡겠다” 혹은 “천만명이 듣는 방송에서 무책임한 언행을 한 것에 대해 따금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모욕과 수치심을 느낀 여성 청취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논쟁에서 나꼼수 멤버들을 흠집 내려는 세력들의 불순한 부추김과 함께 어떤 대상도 다 내 앞에 무릎을 꿀릴 수 있다는 일부 여성주의자들의 오만함도 분명히 느낀다.

이정도가 정확히 ‘자신은 여성에게도 도움이 될 거야’ 라고 생각하는 – 아주 건강하고 어쩌면 더 뛰어난 의식을 가진 – 남자들의 인식 수준입니다.

    박원영 2012/02/22 10:59

    amakaram 님. 네 아마도 그 정도가 제 인식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 좀 더 말씀해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aceid01 2012/02/27 15:06

자본주의 공산주의 신자유주의 이론을 모두 포괄하는 무슨 주의가 있다면 인간모두잘살자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분명 자본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이렇게 해야 사회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이론인 것으로 알아요. 모든 사람들은 ‘사람이 모두 잘살자고 하는 일’에 대한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것은 그저 방법론일 뿐이죠. 즉, 어떻게 하면 잘 살수 있는가에 대한 이론을 정교화하는 논쟁은 있었을 지언정, 사람들이 잘살자는 주의가 틀렸다. 잘못되었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본문에 언급한 여성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것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여성이 핍박받고 있으므로 여권을 신장해야 한다.’는 사실과 당위가 여성주의 이론과 등치될 수 없거든요. 물론 이론적으로 공부하신 적이 없으시다니 (저도 없습니다.) 감안은 해야겠지만, 자기가 모르는 분야를 언급할 때는 좀더 신중한 논리를 전개하셔야 할 듯 합니다.
이런 면에서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주의가 강자다’라는 건 궤변이라고 봅니다.

저도 역시 여성주의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대충 줏어들은 바로는, 여성주의는 그냥 독립적인 가치입니다. 아주 과거에는 진보라거나, 사회주의, 인간 해방과 등치 또는 선결 조건 정도로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 여성해방이 되지 않고서는 인간 해방이 올 수 없다. 진보주의자는 여성주의자다. 라는 식으로 – 지금은 대체로 독립적 가치로 생각합니다.

예컨대, 환경주의자 입장에서는 사회주의자나 자본주의자나 환경에 대한 착취를 확대하여 그 생산물을 어떻게 배분할까 골몰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여성주의자 입장에서 술먹고 부인 패는 진보정당원이나 화끈한 밤문화를 즐기는 수구 국회의원, 여성들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마초성을 과시하는 진보 평론가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이 정치적으로 진보에 속한다는 이유로 ‘나는 주성영보다 충분히 여성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 위에 약자인 보통의 여성들과 강자인 여성주의자들을 분리하셨는데
이게 노노갈등의 전형적인 논리, 노동자는 약자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은 훌륭한데, 노조는 힘이 세고 귀족이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은 있어서는 안된다??
물론, 여성주의자의 일부가 꼴보기 싫은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를테면 ‘적을 만들기 때문에 여성주의에도 해악적인’ 일이라면서 제법 위해주는 척 비판인지 비난인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 점에 관해서 답하는 여성주의 글이 있는데, 링크를 찾지 못하겠군요.
개요는 이렇습니다. ‘불편하고 거슬리게 해라, 더러워서라도 여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해라.’ 그 배경과 논지 전개를 보면 저는 일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여성주의의 지반을 해친다고 애정어린 비판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럴 권리까지 막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이런 비판이 이를테면 사노맹은 너무 극좌라는 노선 비판이라거나 사회당의 기본소득은 비현실적이라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 등과 비교할 때 얼마나 하나의 가치로서 대접받고 있는지를 보면 좀 회의적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들은 강자가 아닙니다. 초딩 중딩한테까지 가루가 되도록 까이거든요. 몹시 여성비하적인 표현과 함께요..

나꼼수 문제로 잠깐 돌아가서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건, ‘1)불쾌하실 수 있다. 2)사과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이건 여성주의고 뭐고를 떠나서 1) 다음에는 사과드린다가 나오는 게 일반상식적으로 맞습니다.
김어준의 논리는 이런 거겠죠.
1. 나는 남자라 생래적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욕망이 많다.
2. 여성의 몸에 관심이 많은 걸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뭐가 문제냐.
3. 그 과정에서 불쾌한 여성이 있을 수 있다
4.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유롭게 내 욕망을 풀겠다.

저는 김어준의 변명을 보면서 과거에 있었던 운동권 성폭력 논란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잠깐 나왔던 말로 오빠페미니즘이란 게 었었어요. 위에 말했다시피 당시 운동권에게 여성주의가 필수 덕목이었는데 그래서 남성 중에도 여성주의를 어설프게 줏어들은 사람이 많았죠.
오빠페미니즘은 이런 겁니다. 진보적 남성 선배가 진보적 여성 후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넌 진보한다는 애가 무슨 수구스럽게 정조를 지키니?’ 그리고 진보를 위해 여성후배와 같이 잡니다. …..
김어준은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분출하는 게 대단한 자유주의적 개혁적 실천인줄 알았겠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적 욕망까지 거침없이 분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백번 양보해서 ‘남자라서 생래적으로 성적 욕망을 품을 수는 있었다’ 하더라도 이건 공식적으로 발언해서는 안되고, 발언했다면 사과해야 마땅한 거죠.

난 내 욕망을 풀었을 뿐이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
내 욕망을 맘대로 씨부린 결과 불쾌한 여성들이 생겼는데, 나는 욕망을 씨부리며 낄낄댈 자유가 있고, 그 자유를 지키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니 여성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사회적 발언권을 높여가는 게 과연 여성에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 사람을 ‘여성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므로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이게 다 말이 된다고 주장하는 게 ‘그나마 남들보다 여성주의에 호의적인 진보적인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겁니다.

aceid01 2012/02/27 15:12

자본주의 공산주의 신자유주의 이론을 모두 포괄하는 무슨 주의가 있다면 인간모두잘살자주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분명 자본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이렇게 해야 사회 전체의 효용이 극대화된다는 이론인 것으로 알아요. 모든 사람들은 ‘사람이 모두 잘살자고 하는 일’에 대한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것은 그저 방법론일 뿐이죠. 즉, 어떻게 하면 잘 살수 있는가에 대한 이론을 정교화하는 논쟁은 있었을 지언정, 사람들이 잘살자는 주의가 틀렸다. 잘못되었다는 말은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본글에 언급된 여성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것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여성이 핍박받고 있으므로 여권을 신장해야 한다.’는 사실과 당위가 여성주의 이론과 등치될 수 없거든요. 물론 이론적으로 공부하신 적이 없으시다니 (저도 없습니다.) 감안은 해야겠지만, 자기가 모르는 분야를 언급할 때는 좀더 신중한 논리를 전개하셔야 할 듯 합니다.
이런 면에서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주의가 강자다’라는 건 궤변이라고 봅니다.

저도 역시 여성주의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대충 줏어들은 바로는, 여성주의는 그냥 독립적인 가치입니다. 아주 과거에는 진보라거나, 사회주의, 인간 해방과 등치 또는 선결 조건 정도로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 여성해방이 되지 않고서는 인간 해방이 올 수 없다. 진보주의자는 여성주의자다. 라는 식으로 – 지금은 대체로 독립적 가치로 생각합니다.
예컨대, 환경주의자 입장에서는 사회주의자나 자본주의자나 환경에 대한 착취를 확대하여 그 생산물을 어떻게 배분할까 골몰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여성주의자 입장에서 술먹고 부인 패는 진보정당원이나 화끈한 밤문화를 즐기는 수구 국회의원, 여성들에게 음담패설을 늘어놓으며 마초성을 과시하는 진보 평론가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이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나는 주성영보다 충분히 여성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 위에 약자인 보통의 여성들과 강자인 여성주의자들을 분리하셨는데
이게 노노갈등의 전형적인 논리, 노동자는 약자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은 훌륭한데, 노조는 힘이 세고 귀족이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하지만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은 있어서는 안된다??

수구건 우파건 좌파건 어떤 집단에나 극단적 분파가 있기 마련이고, 당연히 여성주의자의 일부가 꼴보기 싫은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이를테면 ‘적을 만들기 때문에 여성주의에도 해악적인’ 일이라면서 제법 위해주는 척 비판인지 비난인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 점에 관해서 답하는 여성주의 글이 있는데, 링크를 찾지 못하겠군요.
개요는 이렇습니다. ‘불편하고 거슬리게 해라, 더러워서라도 여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해라.’ 그 배경과 논지 전개를 보면 저는 일리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여성주의의 지반을 해친다고 애정어린 비판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럴 권리까지 막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이런 비판이 흔히 있는 애정어린 다른 비판들과 비교하면 좀 느낌이 다릅니다. 이를테면 사노맹은 너무 극좌라는 노선 비판이라거나 사회당의 기본소득은 비현실적이라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 등과 비교할 때 얼마나 하나의 가치로서 대접받고 있는지를 보면 좀 회의적입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쪽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들은 강자가 아닙니다. 초딩 중딩한테까지 가루가 되도록 까이거든요. 몹시 여성비하적인 표현과 함께요..

나꼼수 문제로 잠깐 돌아가서 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건, ‘1)불쾌하실 수 있다. 2)사과할 수 없다.’는 거였어요. 이건 여성주의고 뭐고를 떠나서 1) 다음에는 사과드린다가 나오는 게 일반상식적으로 맞습니다.
김어준의 논리는 이런 거겠죠.
1. 나는 남자라 생래적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욕망이 많다.
2. 여성의 몸에 관심이 많은 걸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뭐가 문제냐.
3. 그 과정에서 불쾌한 여성이 있을 수 있다
4. 하지만 나는 여전히 자유롭게 내 욕망을 풀겠다.

저는 김어준의 변명을 보면서 과거에 있었던 운동권 성폭력 논란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잠깐 나왔던 말로 오빠페미니즘이란 게 었었어요. 위에 말했다시피 당시 운동권에게 여성주의가 필수 덕목이었는데 그래서 남성 중에도 여성주의를 어설프게 줏어들은 사람이 많았죠.
오빠페미니즘은 이런 겁니다. 진보적 남성 선배가 진보적 여성 후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넌 진보한다는 애가 무슨 수구스럽게 정조를 지키니?’ 그리고 진보를 위해 여성후배와 같이 잡니다. …..

김어준은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분출하는 게 대단한 자유주의적 개혁적 실천인줄 알았겠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적 욕망까지 거침없이 분출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백번 양보해서 ‘남자라서 생래적으로 성적 욕망을 품을 수는 있었다’ 하더라도 이건 공식적으로 발언해서는 안되고, 발언했다면 사과해야 마땅한 거죠.

난 내 욕망을 풀었을 뿐이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
내 욕망을 맘대로 씨부린 결과 불쾌한 여성들이 생겼는데, 나는 욕망을 씨부리며 낄낄댈 자유가 있고, 그 자유를 지키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하니 여성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이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사회적 발언권을 높여가는 게 과연 여성에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런 사람을 ‘여성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므로 비판해서는 안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금 이게 다 말이 된다고 주장하는 게 ‘그나마 남들보다 여성주의에 호의적인 진보적인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겁니다.

박원영 2012/02/29 05:41

aceid01님 장문의 답변 감사드립니다. 지적하신 사항 읽으면서 뜨금하게 찔리는 부분도 있어고 “내가 한 말들이 당연히 이렇게 받아들여졌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인정합니다.
한가지 우선 변명을 하자면 제가 사용한 표현이나 비유는 단순화의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박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석사는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지면에서 읽는 글 중에는 (특히 댓글)중에는 대학원을 마친 저같은 사람도 쉽게 읽히기 어려운 글들이 꽤 있습니다. 너무 장황하구요. 87학번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사투용어’ 같은 것에 더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쉬운말로 일상의 용어로 그리고 짧게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여성이 약자여서 여성주의자가 힘이 쎄다’라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이 말이 얼마나 쉽게 반박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저의 요점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제말이 틀리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또 부연 하는 건, 수많은 실제 사례들을 언급해야 하고 너무 많은 지면을 요하는 일이여서…)
또 하나의 요점은 나는 ‘일부’ 여성주의자들이 ‘틀렸다’고 한게 아니고 ‘답답하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걸 애정어린 비판으로 받아주시는 지 여부는 님이 판단하는 거지만. 님의 글 마지막 구절, 오빠페미니즘의 예에서 오히려 제가 지적한 부분이 고대로 드러납니다. 김어준씨가 언제 그렇게까지 거침없이 욕망을 분출했다는 것인지… 왜들 그렇게 오버를 하신는지… 그게 바로 치마 밑의 종아리를 쳐다보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인 성폭력범으로 보는 시선이 아닌가요? 오빠페미니즘 예를 드셨는데 그건 좀 아닌것 같습니다. 그런 놈들은 그냥 말그대로 잡놈들일 뿐입니다. 그런 식으로 예를 들면 저도 ‘하이힐 신는년들 다 남자에게 꼬리치는 년들이다’ 심지어 ‘시집가는 년들 다 남자에게 붙어먹는 창녀들이다’라고 실제로 말한 여성주의자들 예를 들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절대 여성주의자로 인정 안하시죠? 저도 그런 놈들은 진보라고 절대 인정안합니다.

아마 이런 예가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현역을 제대하고 보통 남자들처럼 27세쯤에 첫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동기 여자들은 모두 3살이 어렸습니다. 근데 그 중 나랑 친했던 여자 동기가 한번은 술자리에서 ‘군 경험을 가산점으로 쳐주는’ 입사 규정에 대해서 엄청 비판을 했습니다. 저도 이거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불평등입니다. 하지만 입사의 기회를 공평하게 하는 대신 입사후 호봉에는 차이를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 제 나이 또래에 여성 대리도 많고 연봉 더 받습니다. 우리는 여성들이 일찍 취업할 때 3년을 박박 기었습니다. 그것때문에 더 똑똑하고 학점도 높고 입사 시험도 잘 본 여성보다 유리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입사했으면 그 시간만큼 당연히 호봉 인정을 해야 한다고 했죠. 그랬더니 엄청 그 애한테 욕을 먹었습니다. 그건 또 무슨 특혜냐고. 400미터 경주할 때 맨 바깥 라인은 좀 더 앞에서 출발하죠? 그것이 특혜입니까? 저는 그 술자리 이후 그 동기와의 마음속의 연대를 끊었습니다. 제가 ‘그나마 호의적인’ 전형적인 사람입니까?
‘그나마 여성에 호의적인’ 이라는 표현은 저로서는 좀 눈살이 찌부려집니다 ‘그나마’ 라는 부사가 어떤 의도인지 너무 보입니다. 그래서 정말 한가지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님이 정말로 원하시는 부류의 ‘진정으로 진보적이고 여성주의에 공감하는 남성’은 도데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말 조심 하는 사람들입니까? 나꼼수 비키니 사태를 일부 여성주의자의 오바라고 생각하는 저같은 사람은 이런 거대하고 엄청난 사태를 오버라 치부하는 ‘자칭 여성에 호의적인 남자’이기 때문에 의견을 좁히기에는 너무 큰 간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 여성주의에 대해 공부 안한 사람 아닙니다. 한때 감독 지망생으로 끄적거렸던 시나리오 중 이런게 있습니다. 도입부만 썼었는데 대충 줄거리는
“30대 후반의 A는 10년 보따리 장사를 청산하고 학교 발전 기금을 조금 낸 후 지방 사립대에 전임 교수가 되었다. 그런데 자기 학부 여학생 B가 성폭행을 신고했다. B는 과에서 ‘걸레’로 소문난 애로 1학년부터 복학생, 심지어 교수까지 안 자본 남자가 없다는 소문까지 있는 학생이다. 실제로 쉽게 남자를 만난다. 그런 이유로 B가 과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 누구도 호응을 하지 않는다. 도움을 청하러 온 B를 만난 A는 그녀의 주장이 사실임을 알지만 쉽게 돕지를 못하고…”
쓰다보니 죠디 포스터가 나왔던 영화의 재탕인 것 같아서 시들해졌지만 이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몇달간 관련 사례들과 이론서 등을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소위 운동권으로 존경 받던 선배가 여후배를 성폭행 하고, 이를 은폐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헤픈 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 진실을 알고서도 나서지 못하는 과거 운동권 교수 A를 통해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남성들의 위선과 비뿔어진 성욕을 조롱하는 내용이었습니다.

    aceid01 2012/03/05 01:08

    우선 사소한 변명하자면 페미니즘 학습 여부는 ‘학문적으로 심도있게 연구한 전문가는 전혀 아니지만’ 부분을 제가 오독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는 게 별로 없는 데다 글재주가 없다보니 쉽고 간결한 글을 잘 못써요. 그걸 의식하고 오해를 줄이려다보면 글이 중언부언 길어지기도 하고. 이 부분은 제 능력의 한계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볼 때는 ‘여성이 약자여서 여성주의가 힘이 세다’는 것은 오해를 살 수 있을만큼 단순화된 표현이 아니라, 모종의 오해에서 비롯된 잘못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오해는 아마도 현재 여성이 사회적 약자임을 안다는 것이 바로 ‘여성주의’라고 단순화 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그건 그냥 사실에 대한 인지일 뿐이죠. 말씀하신 대로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반박할 수 없고 그래서 [사실인지 = 여성주의]라는 가정에서는 여성주의가 힘이 셀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정도로 추상화된 여성주의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성주의자들은 어떤 특정한 개인이고, 어떤 특정한 주장과 행동을 하는 ‘그 여성주의자’ 혹은 ‘이 여성주의자’이겠죠. 그리고 이들은 약합니다.
    (참고로 이정도까지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이 인지되고 있는 현실은 실제로 존재해왔던 ‘이’, ‘저’ 여성주의자들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문열씨의 언급을 보면, 예컨대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진정한 페미니즘’이 있고, 나는 그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이런 여성주의 혹은 저런 여성주의는 건강하지 않고, 나는 나의 방식으로 진정한 페미니즘을 알리고자 했을 뿐이라는 것이요.
    하지만 제가 감히 말하자면, 이문열씨는 그 전에도 앞으로도 ‘진정한 페미니즘’을 구경할 수 없을 겁니다. 현실에는 ‘이런 페미니즘’이나 ‘저런 페미니즘’이 있을 뿐 ‘진정한 페미니즘’은 없을테니까요. 이로써 이문열씨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페미니즘을 비판할 뿐 아니라 다양한 마초적 논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여성주의의 변종’으로 포장할 수 있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올바른 표현이 되려면 이렇게 수정하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여성은 사회적으로 약자다, 따라서 '진정한?' 여성주의자는 힘이 세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주의자는 여전히 약자다.]

    다음은 김어준 건에 대한 겁니다. 제가 문제로 파악하는 부분과 조금 상황 인식이 다르신 듯 합니다.
    저는 김어준이 종아리를 쳐다봤다고 해서 잠재적 성폭력범이라고 규탄한 것이 아닙니다. 사실 비키니 사진을 보고 어떻게 하고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는 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김어준 자신이 ‘불쾌하실 수 있다’고 했거든요. (이 사건에 대해서는 다른 글들이 많으니 굳이 논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문제삼는 건 그 이후의 대응입니다.

    제가 보기에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로 김어준이 내세운 논리는 대충 이런 겁니다.
    1. 진정한?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볼 때 여성들은 자기 몸으로 시위를 거침없이 할 수 있다. 이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건 여성주의적이지 않다.
    2. 그리고 남성은 원래 여자 벗은 몸을 보면 즐겁기 때문에, 굳이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이것은 낡은 진보의 쓸데없는 도덕주의이며 버려야 한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만끽하며 그냥 즐거워하면 된다.

    그리고 오빠페미니즘에서는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진정한 진보(여성)주의자는 순결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는다. 순결 굳이 생각하지 마라] 제가 오빠페미니즘을 거론한 이유는 김어준이 그만큼 잡놈이라는 게 아니라, 이 논리가 닮았음을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요.

    ‘욕망의 분출’이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입니다.
    아마 어떤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어떤 성적 언사가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 사람이 저 사람에게 하는 농담이겠죠.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코피 운운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성차별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죠. 그 욕망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기왕에 ‘불쾌함을 표명하는 여성’들이 있는 바에야 잘못을 시인해야 합니다. 나아가 이 차이를 ‘이상사회’를 들어, 또는 자신이 ‘진보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당화하는 것은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합니다. (이와 동일한 논리들이 여권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위의 댓글에도 적었듯이, 저는 여성주의고 뭐고를 떠나서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불쾌하시면 사과해야지요. 당연한 것 아닌가요? 여기에 어떤 이유를 대서 – 나는 이런 저런 진보적이므로, 너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므로 – 사과 안한다는 게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의아스러울 뿐입니다.

    호봉 인정의 예나 제가 생각하는 제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여성주의에 공감하는 남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긴 글이 필요할 듯 해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여성이 불쾌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불쾌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에게 다른 대의명분이 있으니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사람은 만약 여성에 도움이 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되는 정도일 겁니다.

    imbad 2012/04/11 10:09

    참고로 김어준은 공공연하게 핑크콤플렉스 극복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가 극복해야할 3대콤플렉스(화이트, 레드, 핑크 콤플렉스) 중에서도 가장 갈길이 멀었다며… aceid01님이 말씀하시던 오빠페미니즘의 김어준식 드레싱입니다. 그래서 김어준이 제일 먼저 시작했던 것이 딴지일보입니다. 여자 종아리만 바라봐도 잠재적인 성폭력자다.. 타워팰리스를 보면 남자의 성기가 떠오른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오랜 역사의 피해자의 입장에서는요. 그러나 오랜 가해자의 역사를 가진자의 입에서 여성을 성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그러나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꼬리치는 거다… 역시 단순히 개인적인 평등성만을 놓고 보면 할 수 있는 이야기고 둘 다 같은 부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역사적인 배경을 감안해서 보면 저는 질이 더 나쁘다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육상경기의 출발점을 가지고 군대 이야기를 하셨는데.. 오랜 핍박의 역사를 접어 두면 맞는 말씀입니다. 공감하죠. 그런데 한걸음만 뒤로 물러나 보죠. 어릴적부터 육상선수로 훈련 받은 사람과 이제 처음 육상경기에 나가는 사람과 룰만 놓고 출발선 운운하는 것은 겉으로 보기엔 정당한 주장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동안 불공평했던 수천년의 역사는 잊어버리자. 오늘부터 정정당당하게 경기하면 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왜 나부터 당해야하는가? 억울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우리의 선조가, 그 선조의 선조가, 그 선조의 선조의 선조가 누려왔던 불공평한 차별에 대한 댓가를 3년 정도의 디스어드밴티지를 통해 조금이나마 갚는다고 생각할 아량은 없으신지.. 말로만 평등하지 사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남성우월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으니 그나마 이 3년(이제는 2년이죠)도 몇년안에 충분히 보상이 되고 남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남자입니다. 죄송합니다만 군대는 다녀오지 않았습니다만 대신 그시간에 쌔가 빠지게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사람의 사회생활을 위해 2세를 포기했고, 직장에서도 성별을 가리지 않고 능력위주의 채용및 승진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여성 직원이 가장 많은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 임원을 제 후계자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김어준은 마쵸 쇼바니스틱 피그 맞습니다. 그걸 부인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그렇다고 주장하죠. 저는 그부분에서는 김어준을 리스펙트하고 싶습니다. 목에 칼이들어와도 굽히지 않을 신념이라면 뭐 그렇게 살라고 하는 거죠. 그것은 김어준이라는 인간의 표현의 자유인 거니까요. 그렇지만 여성 입장에서보면 정나미 떨어지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사람의 정치적 성향이 마음에 들어서 진영이 같아서 그정도 소리는 참아주겠다고 참아준다면 그건 그분들의 선택이지만요.. 정나미 떨어진다고 말하고 싶으면 하는 겁니다. 왜 같은편끼리 그러냐.. 라고 페미니스트들을 지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무척 약하다는 제 생각입니다. 진영이 다르면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반대하는 사람이나 뭐가 다르냐는 거죠. 정리/정돈 할 겨를 없이 두서없이 적어보네요.. 결례를 하고자하는 의도는 없었음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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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칠까칠 삐딱삐딱 위태위태 소심소심 뒤끝작렬 벼랑끝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어디에도 융화되지 못하고 떠도는 시선. 하지만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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