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존경

영산대학교 교수.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제학 박사. 네이버 파워블로거(http://blog.naver.com/saintcomf) 소스틴 베블런(Thorstein B. Veblen)과 조셉 슘페터(Joseph. A. Schumpeter)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진화경제학적 방법론'에 따라 자본주의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제도경제학"과 "지식경제학"에 관심을 갖고 학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BY : 한성안 | 2010.12.14 | 덧글수(0) | 트랙백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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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저의 아버지입니다.”

 최근 들어 아버지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나는지 몰라도 이런 말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순신, 안창호, 안중근, 김구, 링컨, 헬렌켈러, 테레사수녀 등에만 집중되던 천편일률적인 존경문화에 다양성을 부여한 점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런 재평가 흐름은 바람직하다.

나아가, 이런 생각은 나폴레옹, 칭기스칸 등 귄위주의적 ‘위인’으로부터 존경대상을 낮은 곳과 삶의 현장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다. 무엇보다도, 박정희, 전두환 보다 나의 아버지의 삶이 더 존경할 만했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자주적이고 계몽적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른 한편 걱정이 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존경대상은 몇 가지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먼저, 조폭, 불량식품제조와 같이 나쁘지 않은 일이라면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 존경받을 수 있다.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공정해질 뿐 아니라 풍요롭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가 자신에게 맡긴 일을 남에게 전가하면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 그는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 남의 희생을 착취하면서 그 결과에 숟가락만 얹고자 한다면 그도 존경받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둘째, 정의로워야한다. 일신의 안락을 취하고자 불의에 쉽게 타협하는 나 같은 이와 달리, 고초를 겪어가면서 이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존경받을 만하다. 불의와 싸우는 그들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평화로워지기 때문이다.

 셋째,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못 된다. 또,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 눈을 돌리는 수가 많다. 나아가, 남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배신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이타적인 사람들의 작은 행동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이웃을 살림으로써 세상을 살맛나게 만들어 준다. 그들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존경할 만한 대상들이 역사 속에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봐도 나는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식에게 나를 섣불리 존경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예컨대, 나는 보수가 적으면 여전히 내 직무를 소홀히 하는 사람 축에 속한다. 요즘 교수에 대한 학교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자 보강하는 것도 싫어졌다.

지하철에서 조폭같은 사람이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해도 그냥 못 본 채 해 버린다. 등록금을 학생들의 교육에 투자하지 않고 축재하기만 해 학생들이 큰 불이익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요즘은 그냥 넘어간다. 지쳤기 때문이다.

 내 생활이 빠듯하다고 불우이웃 성금도 외면해 버린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 남이 볼까봐 호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한 장 끄집어내어 불쌍한 사람들에게 건네지 못한다. 공부한답시고 공동체 일이나 집단행동에 내 시간을 잘 내어주지도 않는다.

 아무리 봐도 나는 자식의 사랑과 감사의 대상은 될지언정 존경의 대상으로 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나 같은 사람을 인생의 좌표로 삼는다면 내 아들은 정말 속 좁고, 나약하며 이기적인 사람으로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내 아들이 나보다 김구 선생, 안창호 선생, 안중근 의사, 테레사수녀, 김순권 옥수수박사, 아프리카의 성자 슈바이처와 같은 사람을 존경하기를 바란다.

 나아가, 비록 이름 없지만 낮은 곳에서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사회에 봉사하며 타인의 삶을 염려하는 또 다른 아버지들과 환경미화원 아버지들, 그리고  민족의 안위를 위해 자신을 버렸던 무명의 독립투사들을 존경하기를 바란다.

 야만의 시대에 빛나는 저서와 행동으로 7,80년대 젊은이들의 양심을 일깨워 주셨던 “행동하는 양심”, 리영희 선생이 얼마 전 작고하셨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분명히 아셨으며, 큰 고초를 겪으면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고, 사회전체와 억압받은 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일관되게 이타적인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그렇게 살아 줌으로써 그는 이 시대를 삶아가는 양심들에게 인생의 좌표로 되셨다. 이러한 삶의 태도 때문에 한국 사회는 야만에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민주사회로 ‘국격’이 높아지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존경해 마지않는다.

나와 아들의 관계는 변함없이 참 좋다. 크게 해 준 것도 없지만 사랑하고 고마워한다.  하지만 아들이 나에 대한 사랑과 감사에 가려 정녕 존경해야 할 분들을 보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아들아, 나는 너에게 감사와 사랑의 대상으로 되는 것만으로도 그냥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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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 필진소개

    윤태호

    1969년 전남 광주 출생. 1988년 허영만·조운학 문하로 만화계 입문. 1993년 첫 작품 <비상착륙>으로 데뷔. 1999년 문화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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